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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를 되새기게 하는 수필집 추천! 「살아있으니까 살아가는 거야」 (김인철 / 보민출판사 펴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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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를 되새기게 하는 수필집 추천! 「살아있으니까 살아가는 거야」 (김인철 / 보민출판사 펴냄)

보민출판사 2026. 5. 24. 18:01

<신간>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를 되새기게 하는 수필집 추천! 살아있으니까 살아가는 거야 (김인철 / 보민출판사 펴냄)

 

 

 

 

이 책 살아있으니까 살아가는 거야는 한 사람이 지나온 시간을 천천히 돌아보며 써 내려간 수필집이다. 어린 시절 동래의 선명한 기억에서 시작해 선친과 친구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칠십대에 다시 시작한 미국 생활까지 삶의 여러 장면이 담겨 있다. 작가는 흘러간 세월 속에 묻어둔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 마음이 책 전체에 조용히 이어지며, 글은 자신을 앞세우기보다 오래 마음에 남아 있던 순간들을 차분히 꺼내 보인다.

 

부모와 자식, 오래된 우정, 병과 죽음, 낯선 땅에서 만난 타인의 삶, 이웃과의 인연처럼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게 되는 장면들이 담담하게 이어진다. 그래서 한 편 한 편을 따라가다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을 읽는 동시에, 독자 자신의 기억과 관계도 함께 돌아보게 된다. 과장하거나 서둘러 결론을 내리지 않는 문장 덕분에 삶의 무게가 더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책의 마지막에서 작가는 보다 살아감에 더 무게를 둔다. 이 수필집은 바로 그 마음으로 읽히는 책이다.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하루하루를 살아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생각하게 한다. 큰 목소리 대신 차분한 말투로 곁에 머무는 글을 만나고 싶은 독자,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며 앞으로의 날들을 조금 더 단단하게 살아가고 싶은 독자에게 오래 남을 수필집이다.

 

 

 

<작가소개>

 

수필가 김인철

 

김인철은 한국에서 학문적 토대를 견고히 다진 뒤, 더 큰 세계를 향한 포부를 품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민간 기업과 정부 사업의 중책을 맡아 쉼 없이 달려온 그의 삶, 그 치열한 여정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을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치유하고자 하는 뜨거운 열망이 흐르고 있었다.

 

이제 미국 샌디에이고에 머물며 노년의 문턱에 들어선 그에게, ‘인간의 삶이라는 본질적인 화두가 새롭게 찾아왔다. 이는 직업인으로서의 뜨거웠던 시간을 지나, 한 인간으로서 삶의 근원을 성찰하는 깊고도 장엄한 철학적 여정의 서막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목차>

 

Part 1. 살아있으니까 살아가는 거야

 

01. 어린 시절의 총천연색 추억

02. 선친과 우장춘 박사

03. 친구 삼총사

04. 일상에서의 일탈, 여행

05. 칠십대 노인, 미국 살아보기

06. 술에 대한 추억과 단상(斷想)

07. ‘Duck’‘Dog’의 차이

08. 토론토에서 만난 할머니

09. 어느 친구의 죽음

10. 테헤란에서 만난 여인들

11. 자형(姉兄)

12. 장례식장의 풍경

13. ()이라는 인생의 동반자

14. 자식 자랑

15. 이웃

16. 삶과 살아감 - 인생의 재무제표를 읽다

 

 

Part 2. We Live Because We Are

 

 

 

<이 책 본문 에서>

 

눈을 감으면 지금도 내가 뛰어놀던 동래의 곳곳이 한 장의 정교한 지도나 사진처럼 펼쳐진다. 우리 가족은 기술원 구내 사택에 살았다. 앞마당 화단에는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어났고, 마당 중앙의 작은 연못 속에는 붉은 금붕어들이 유영했다. 마당 한편에 놓인 평상은 나의 놀이터이자 공부방이었다. 그곳에서 낮잠을 자고, 여름이면 가족들과 둘러앉아 시원한 수박을 베어 물었으며, 늦가을이면 모닥불을 피워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매캐한 연기로 하루살이를 쫓곤 했다. 그 구수했던 마른 잡초가 타는 냄새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오늘날 직장은 꿈을 실현하기 위한 긍정적 기제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생존을 위한 투쟁의 장소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투영되기도 한다. 직장 생활이 너무 힘든 나머지 자신의 처지를 중세 노예와 같다고 한탄하는 이들도 많다. 이처럼 늘 스트레스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구를 우리는 일탈(逸脫)’이라 부른다. 일탈은 부정적인 맥락으로도 쓰이지만,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가벼운 여행이나 신선한 경험 같은 긍정적인 의미로도 사용된다.”

 

막상 발을 디뎌 본 오늘의 중앙아시아는 이미 투르크화와 이슬람화가 깊숙이 진행되어 과거와는 또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찬란했던 옛 영광을 온전히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기원전 알렉산드로스가 남긴 헬레니즘의 자취와 이제는 사라진 조로아스터교, 그리고 수학과 기하학의 고향인 호라즘 지역의 유산은 여전히 경이롭다. 사마르칸트와 그 인근은 동서양의 문물이 교차하던 시절, 마치 오늘날의 뉴욕처럼 북적였을 터다. 박물관 벽화 속에서 조우관이라 불리는 깃털 모자를 쓰고 환두대도를 찬 고구려 사신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는 우리 조상의 숨결이 느껴져 묘한 전율이 일었다.”

 

회사 동료들과 다투고 나서 화해하자고 마시는 술은 대개가 소주였는데, 화해의 술자리에서 또 싸웠고, 헤어져서 각자 마셨다. 퇴근 후에 동료들이 모여서 회사 사장, 국장, 부장을 욕하고, 야당을 욕하고 여당을 욕하고 정부를 욕하면서 소주를 마셨는데, 이런 날은 아무 득이 될 것도 없이 헛되이 폭음했고, 그 다음날 아침에 오장이 녹아내리도록 뉘우쳤다. 이런 아침에 머리는 쪼개지고 창자는 뒤틀리고 마음은 자기혐오로 무너졌다. 소주는 삶을 기어서 통과하는 중생의 술이다. 나는 소주를 많이 마시기는 했지만, 소주의 쓰라린 세속성을 소화해 내기는 어려웠다.”

 

 

 

<추천사>

 

김인철 작가의 수필집 살아있으니까 살아가는 거야는 지나온 시간을 정리해 보이기 위해 쓴 글이라기보다, 오래 마음에 남아 있던 장면들을 다시 꺼내어 찬찬히 바라본 기록에 가깝다. 작가는 서문에서 흘러간 세월 속에 묻어둔 이야기들을 남기고 싶었다고 적는다. 그 마음은 책 전체에 고르게 이어진다. 글은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지나간 시간과 사람들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돌아본다. 덕분에 독자는 누군가의 삶을 읽고 있으면서도 어느 순간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함께 더듬게 된다.

 

책의 앞부분에는 어린 시절의 풍경과 가족에 대한 기억이 놓여 있다. 동래에서 보낸 유년의 시간, 사택 마당과 저수지, 들판과 학교 가는 길, 계절마다 바뀌던 빛과 냄새가 세세하게 살아난다. 어린 시절의 총천연색 추억은 단순히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글이 아니다. 무엇이 한 사람의 내면에 오래 남는가를 보여주는 글이다. 이어지는 선친과 우장춘 박사에서는 아버지에게서 받은 영향과 삶의 기준이 드러나고, 친구 삼총사에서는 오랜 시간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 우정이 한 사람의 생을 얼마나 든든하게 받쳐주는지 조용히 전해진다. 젊은 날의 추억을 다룬 글인데도 지나치게 감상으로 흐르지 않는 이유는, 작가가 기억을 아름답게 꾸미기보다 그 안에 남아 있는 사람의 기운과 삶의 결을 담담하게 전하기 때문이다.

 

중간에 실린 여행기와 외국 생활에 대한 글들도 이 책의 중요한 결을 이룬다. 여러 나라를 다니며 본 풍경과 역사, 낯선 도시에서 마주한 사람들, 샌디에이고에서 새롭게 살아가는 일상은 구경거리의 나열로 흐르지 않는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느낀 몸의 피로와 마음의 해방, 토론토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의 사연, 테헤란에서 스쳐 지나간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여행이 결국 타인의 삶을 만나고 다시 자기 삶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임을 보여준다. 낯선 곳을 다녀온 사람의 기록인데도 글의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다. 멀리 떨어진 나라와 문화가 등장해도 그것이 낯설게만 머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수필집이 편안하게 읽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무거운 주제 앞에서도 힘을 주어 말하지 않는 태도에 있다. 친구의 죽음, 장례식장의 풍경, 암이라는 병, 자식에 대한 마음, 이웃과의 관계 같은 이야기들은 누구에게나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주제들이다. 그런데도 작가는 감정을 크게 밀어 올리거나 삶의 교훈을 서둘러 꺼내지 않는다. 자신이 겪은 일과 그때 떠오른 생각을 차분히 적어 내려갈 뿐이다. 그래서 오히려 글의 여운이 오래 간다. 암이라는 인생의 동반자에서는 병을 두려움만으로 쓰지 않고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받아들여야 할 현실로 바라보고, 이웃에서는 나무를 둘러싼 갈등 끝에 한 노인의 외로움을 알아보게 되는 과정을 통해 노년의 쓸쓸함과 인간적인 연민을 조용히 보여준다. 이 담담함이야말로 이 책의 품위를 만든다.

 

책의 끝으로 갈수록 글은 자연스럽게 지금의 삶으로 모인다. 삶과 살아감에서 작가는 삶을 재무제표에 비유하며, 정지된 상태로써의 삶보다 순간순간 이어지는 살아감에 더 무게를 둔다. 이 대목은 책제목과도 잘 이어진다. 살아있다는 것은 결국 오늘을 살아내고 있다는 뜻이며,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일도 현재를 더 성실하게 살기 위한 한 방식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여러 기억과 사건들은 흩어지지 않고 한 곳으로 모인다. 어린 시절의 풍경도, 타국에서 만난 사람들도, 질병과 죽음에 대한 생각도 결국은 지금 여기에서 삶을 견디고 이어가는 마음으로 돌아온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을 오래 붙들고 바라보게 되는 때가 있다. 그때 필요한 것은 큰 목소리보다 조용히 곁에 머무는 문장일지도 모른다. 살아있으니까 살아가는 거야는 그런 문장들을 담고 있는 수필집이다. 천천히 읽을수록 마음이 차분해지고, 읽고 난 뒤에는 자기 삶의 시간들을 잠시 돌아보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지나온 날들을 정리하는 기록이면서도, 앞으로 남은 날들을 살아가게 하는 힘을 함께 품고 있다.

 

(김인철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284/ 국판형(148*210mm) / 14,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