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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말보다 오래 남는 침묵이 시편 곳곳에 스며 있는 시집 추천! 「눈과, 귀」 (허무 저 / 보민출판사 펴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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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말보다 오래 남는 침묵이 시편 곳곳에 스며 있는 시집 추천! 「눈과, 귀」 (허무 저 / 보민출판사 펴냄)

보민출판사 2026. 5. 24. 17:45

<신간> 말보다 오래 남는 침묵이 시편 곳곳에 스며 있는 시집 추천! 눈과, (허무 저 / 보민출판사 펴냄)

 

 

 

 

눈과, 는 쉽게 지나가지 못한 감정들이 짧은 언어로 남은 시집이다. 밤의 기척, 몸의 떨림, 혼자 남은 방의 공기, 사랑이 스쳐 간 자리의 온도까지, 시인은 눈으로 본 것과 귀로 들은 것을 조용히 붙잡아 문장으로 옮긴다. 설명보다 감각이 먼저 다가오고, 말보다 오래 남는 침묵이 시편 곳곳에 스며 있다.

 

이 시집의 시들은 불안과 외로움, 사랑과 그리움, 무너짐과 다독임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은 채 함께 놓여 있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호흡, 사소한 사물 하나에 오래 머무는 시선, 상처를 곧장 설명하지 않고 끝내 외면하지 않는 태도가 이 시집의 분위기를 만든다. 거칠고 여린 문장들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한자리에 남아 있는 점도 이 시집의 인상으로 남는다.

 

그래서 눈과, 는 읽는 시집이면서도 한 사람의 내면을 조용히 듣게 하는 시집이다. 자기 안의 어둠과 떨림, 애정과 고독을 크게 말하지 않으면서도 오래 바라보는 시를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시집은 천천히 스며든다. 한 편의 시를 읽고 지나간 뒤에도 몇 개의 단어와 감각이 오래 남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시집이다.

 

 

 

<이 책의 목차>

 

사랑의 향기

잠들다 울면

쓰는 일

주사위

가시

언 손

당신의 밤

입술

종지부

누군가의 기대와 경주와 눈

밤의 밤

미로

분리

핑계와 용기 그 중간 사랑쯤

내 모습

무뎌지다

씻어내는 악취

풍선과 새

나에게

허무

흐림

그리움

향수

붙잡다

동지

지는 둥 마는 둥

손꽃

다녀올게

작은 변화

나이기엔

달아오를 만큼만

구름

울음

자해

곁에

다독이다

자필

가치

추위

선생님

공황

집 앞

선인

나만이 아는

잘 지낸다

굳은살

하얗게

밝은 두려움

슬플 때

괴리

기록

찰흙 떡국

분노의 제4

인지

고름

단명

물병

조각

지키다

오기에

예보

알고 있었다

이제는

너에게

나에게

때마침

장르

소중한

빗자국

딸기

갈기

나오라

감시

다가가다

물감

기상

시간 여행

나를 알까요

평면

구석

두 개

나약한 아들

나는

무음

보이다

실랑이

보물찾기

산책

점점

옛 먹이

사진 속 벌레

봉지

 

 

 

<추천사>

 

허무 시인의 시집 눈과, 는 감각으로 건네는 시집이다. 이 시집의 시들은 무엇이 왜 아픈지 길게 말하지 않는다. 대신 밤의 기척, 손끝의 떨림, 입술의 온도, 잠들지 못한 몸, 혼자 남은 방의 공기 같은 것들을 앞에 놓는다. 그래서 이 시집을 읽고 있으면 한 사람의 생각을 따라가는 느낌보다, 오래 눌러 두었던 마음의 표면을 가까이 들여다보게 된다. 눈으로 본 것과 귀로 들은 것이 마음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못하고 남아 있다가, 짧고 조용한 문장으로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이 시집의 시편들은 대체로 길지 않다. 그러나 짧은 문장 안에 접힌 감정의 결은 가볍지 않다. 허무의 시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한 자리에 머물고, 조금씩 비껴가며 자기 안의 상처를 만져 본다. 그 반복은 기교라기보다 쉽게 지나갈 수 없는 마음의 호흡처럼 읽힌다. “괜찮다를 반복할수록 괜찮지 않은 마음이 드러나고, “몰라를 맴돌수록 설명되지 않는 불안이 더 또렷해진다. 이 시집은 감정을 정리해 말하기보다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 솔직함이 이 시집의 가장 깊은 결을 이룬다.

 

이 시집에는 유난히 밤이 많고, 신체 부위가 많이 등장한다. 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화자의 내면과 함께 움직이는 시간이다. 어떤 밤은 바늘처럼 날카롭고, 어떤 밤은 누군가의 곁을 지키는 체온이 된다. , , 입술, , 무릎, 허기, 울음 같은 몸의 언어도 자주 나타난다. 이 몸은 늘 편안한 몸이 아니라 외롭고, 떨리고, 아프고, 기대고 싶어 하는 몸이다. 그런데 그 속에서 사랑 또한 함께 자란다. 이 시집에서 사랑은 밝고 환한 쪽으로만 오지 않는다. 불안과 상처를 지나 겨우 닿는 체온으로 오고, 다정함은 오히려 가장 지친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이 시집의 어둠은 한쪽으로만 기울지 않는다. 그 안에는 분명 누군가를 향해 내미는 마음이 남아 있다.

 

시집 곳곳에 벌레, , , 강아지, 모기, 나방 같은 작은 생명들이 자주 나타나는 것도 눈길을 끈다. 그 존재들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화자의 감정을 대신 살아내는 또 다른 형상처럼 보인다. 날고, 물리고, 들끓고, 버티고, 떨어지는 것들 속에서 시인은 자기 안의 외로움과 본능, 상처와 애정을 비춘다. 그래서 이 시집은 추상적인 우울의 기록이라기보다, 살아 있는 감각들이 끝내 사라지지 않고 몸 안에서 꿈틀거리는 시간을 담은 기록에 가깝다.

 

눈과, 는 한 사람이 자기 안에서 들리는 소리와 눈에 맺힌 장면들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적어 내려간 감각들이 모여 있다. 거칠고 여린 문장들, 반복 끝에 남는 떨림, 작은 사물 하나에 오래 머무는 시선이 이 시집의 분위기를 만든다. 그래서 이 시집은 한 번에 읽고 지나가기보다, 어떤 문장 앞에서 잠시 멈추고, 다시 돌아가 읽게 되는 시집으로 남는다. 자기 안의 어둠을 너무 크게 말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외면하지 않는 시를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 눈과, 는 조용히 오래 남을 시집이다.

 

(허무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108/ 변형판형(135*210mm) / 12,000)